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잔잔한 평온함으로 애잔한 감성을 전하는 옻칠화 화가, 박지은
그저 그림이 좋아서
안녕하세요. 옻칠을 활용한 한국화를 그리는 박지은입니다. 저는 화폭에 ‘텅에’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옻칠이라는 재료적인 특징도 독창적이지만 공간과 여유를 느끼고 엄마 품 속을 그림에 담고자 했습니다. '텅에'라는 말은 '둥우리', '둥지' 라는 방언으로 어머니의 품을 비유하여 보금자리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예요. 한국화를 그리게 된 이유나 매력은 여백의 미에서 나오는 그 공간의 깊이가 좋았고,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느낌들이 동양화로 잘 구현되기 때문이었어요. 그저 그림이 좋아서 꾸준히 그리며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회를 열게 되었고 물이 흘러가듯 삶을 수용하면서 오직 그리는 것만이 천직이라고 알고 그림을 그려온 거 같아요. 현재는 조각가인 남편과 함께 완주 송광사 산자락에 터를 집고 집을 짓고 작업을 하며 어엿쁜 딸 아이와 살고있는데요. 가족이 있기에 외롭고 고독한 전업작가의 길을 쉼 없이 그려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가족 그리고 그림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지금 준비 중인 텅에-보금자리를 앞으로도 계속 더 연구하고 표현할 계획이예요.
작품 몰입의 힘이 된 슬럼프
‘슬럼프는 언제였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곤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번 전시를 마무리 지을 때마다였던 거 같아요. 전시회를 마무리하면서 오는 공허함과 평가에 대한 시선을 마주하면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하나의 전시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전시를 바로 준비하는데 많은 생각이 겹치면서 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순간이 느껴질 때마다 오히려 더 작품 활동에 몰입하면서 다음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극복해 나갔던 거 같아요. 스스로의 한계를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작품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슬럼프라는 것도 잊어버리게 돼서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모든 예술가들의 대답이 같을 거 같아요. 전에 전주에서 기획을 하였을 때 관람객들과 대화와 소통의 시간이 있었어요. 제 작품에 애정을 갖고 소장하실 때 그리고 대중들이 소통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것을 느끼는 순간 행복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행복했을 때는 우리 딸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그림을 그리는 엄마를 공감해줄 때 인 거 같아요. 사실 작업을 할 때는 잘 놀아주지 못하는데도 이해해주고 자랑스러워해주는 것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
시간을 들이는 것은 마음을 담는 것
저에게 있어 작품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인내와 작업에 대한 깊은 진정성이기에 계획한 작업들이 시간에 쫒기어 마무리 되었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인 거 같아요. 이건 다음 작업의 계획성을 다듬는 중요한 마음이기도 하고, 시간과의 싸움은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가장 애정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느 하나를 고를 수가 없어요. 모든 작업 하나 하나에 애정이 있고, 한 터치마다 마음이 깃들어 있거든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순간
모두들 한 번쯤은 경험하는 순간일텐데요. 작업을 계속 하다보면 그림이 마음처럼 잘 그려지지 않아서 힘든 작품을 만나게 되죠. 사실 멈추고 다른 작품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지만 그 작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몰입해 그리다보니 종내는 만족하는 작품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 때 그 순간,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한 단계 넘어서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뭉클한 희열감이 느껴졌어요. 그 작품이 전시에서도 호평과 함께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게 되었고 참 기뻤죠.
화폭 안에서 떠올리는 영감
새 하얀 화폭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 동안 제가 삶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의 총합일테죠. 그렇게 천천히 작품에 몰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주제 중에 항상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편안한 안식처’입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게요. 그것이 부드러운 하얀색이기에 오는 편안함이 아니라 새빨간 붉은 색에서도 편안함을 주는 그림을 만나 보다 보면 색보다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 그것이 그림으로 전달되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완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제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완주의 자연이 좋고, 제가 엄마가 된 곳이기도해서 그 의미가 깊어요. 이곳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완주의 자연처럼 엄마같은 곳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림은 곧 자신
“박지은의 그림은 박지은이다.” 담백하게 결국 그림은 곧 저 자신인 거 같아요.
황세화화가가 박지은화가에게 보내는 글
국화꽃 향기가 나는 가을의 햇살을 닮은 박지은 작가
보금자리의 의미 ‘텅에’를 주제로 하는 한국적 정서를 옻칠기법을 통해 서정적인 감성을 가져다주며 안락함을 느끼게하는 화가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