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자연과 함께 마음을 이야기하는 화가, 황세화
자연과, 사람과 함께 호흡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완주군 화산면에 거주 중인 황세화입니다. 25년 넘게 미술 강사로 아이들에게 자연미술을 가르치고 3년 넘게 요양병원 미술치료 수업을 해 오고 있으며, 아크릴화 및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는 자연주의 화가입니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어요. 미대 졸업 후, 1996년부터 다수의 그룹 전시회를 가지며 서양화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다가, 일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미국의 대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전원생활을 하며 세속에 매이지 않고 자연과,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운영한 블로그를 통해 따뜻하고 밝은 그림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달의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하고 드로잉 관련 전자책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의 소재로 시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로움 때문에 아크릴 화 및 일러스트 장르를 선택하였는데 앞으로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도예 캘리그라피 및 드로잉 작업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그림을 통한 마음치료 화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명상을 통한 내면의 힘
20대 후반 강사를 하면서 작품 활동에 경제적 부담도 컸었고 화가로서 자존감이 위태했던 순간이 작가에게 찾아왔었어요. 화가로서의 개인적 유명세나 명예에서도 사실 자유로울 수 없었고요. 이런 내적 고민과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30대 초반부터 시작한 ‘명상’ 덕분이었어요.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자 내면의 힘이 생기면서 그림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 후 ‘나’ 만을 위한 작품 활동이 아닌 ‘대중을 향한 미술’을 해 보자는 마인드의 전환이 왔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도 갖게 되어 블로그에 작품을 올리기에서 시작하여 함께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은 마음이다
아이들과 그림 작업을 할 때면, 아이들 속에서 감성을 자극 받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그림들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의 그림을 닮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존의 미술 수업 방식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리는 야외 스케치나 흙을 만지는 작업을 하며 아이들과 호흡하는 방식을 택했죠.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수업에서 "그림은 마음이다" 말해주며, 솔직한 마음은 꾸미려고 애쓰지 않아도 마음의 향기가 그림에 담겨짐을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자연과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핸드폰에만 빠져 깊이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안타까웠어요. 아이들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전에 작업했던 아이들을 위한 드로잉 e-book 다음 권을 틈틈이 준비 중입니다.
생이 빛을 발하는 것
최근 요양병원의 어르신들과 4년 동안의 미술 치료 수업에서는 할머니들의 그림 속에서 세상 어머니의 모습을 배웠어요. 평생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데도 인생의 무게와 깊이가 무언지 모를 형상으로 다가왔고,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그림 같은 그림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 온 생이 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 그림들 속에서 세상의 위대한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이 남는 의미 있는 활동은 요양병원 어르신들과 재능기부자들 100여명의 협업으로, 도자기를 이용하여 꽃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벽화설치미술을 기획 실행했던 것인데요. 구슬을 꿰듯이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최근에 그린 ‘겹매화꽃’이에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섭외가 들어와 지금 브룩클린의 한 사업장에 다수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비용과 부족한 작업공간 때문에 어려웠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기획했던 목적대로 작품이 마무리가 되고 보아주는 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평온함과 치유의 감정을 느꼈다고 해줄 때 가장 예술가로서의 희열을 느꼈기에 이러한 난관과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어요. 주로 집안 작업실이 저의 공간이지만 여전히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생활 속에 담긴 이야기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곧 완주군 인근 독립서점에서 그동안 완성한 작품을 모아 선 보이기 위해 가을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다
저는 작품을 하면서 주로 영감을 자연에서 얻으며 자연에서 받은 영감에 일상을 얹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는 편이에요. 한 예시로는, 최근 완주 화암사 부근의 예쁘게 피어있는 댑싸리를 만났는데 그 안에 폭 안겨있는 댑싸리꽃이 너무 예뻐 꽃말을 찾아보니 ‘겸손’이어서 댑싸리나무와 꽃에서 얻은 영감과 ‘겸손’이라는 미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여러 주제로 작품을 표현하면서도 항상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 즉 ‘공존’입니다. 세상 만물은 홀로이지 않고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함께하는 따뜻함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서, 각박한 현실속에서 서로 연대하고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임을 온기 가득한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런 마음의 평정과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기까지 가장 고맙고 힘이 되는 분들은 블로그 및 SNS 이웃분들의 응원과 격려였어요. 그림을 쉬고 싶기도 하고 게을러 지기도했지만 보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시작해 봐야지 하는 힘이 되고. 그 힘으로 저 자신도 더 나아가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완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완주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자연과 이웃의 감사함을 그림에 오롯이 담기 위해 더 들여다보고 더 소통하며 더 겸손한 마음으로 작업대 앞에 앉으려고 합니다.
이영화 시인이 황세화화가에게 보내는 글
노을속에 스며든 워낭소리처럼 안온한 일상을 담은 화가_그리는 세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