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축제 기획단으로 참여한 당사자들의 삶을 바라보며....
_2024 완주무장애예술축제 ‘서로’ 기획단
2023년에 열렸던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완주문화재단에서 올해는 좀 더 크게 무장애예술축제를 계획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이번 축제는 장애문화예술인 당사자들이 축제를 기획하는 기획단을 꾸려, 그 기획단의 많은 의견을 듣고 함께 축제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 예수재활원에서도 참여하는 여러 명의 장애문화예술인들이 있기에 모두 참여하진 못해도 함께 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세 명의 당사자가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했다.
학교 일정 등 여러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는 인원들은 아쉬움을 얼굴에 가득 담았다.
반면에 기획단에 참여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의 감정들이 보인다.
본인들 스스로 축제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에 설렘을 가득 그려놓은 것 같다.
기획단은 총 5회에 걸쳐 모였다.
기획단 회의를 가는 시간, 회의를 하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어느 것 하나 이들에게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오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재미있는 무슨 일이 있을까? 지난주에 만났던 그 사람은 오늘 올까?
많은 이야기꽃을 피워내는 시간이 그냥 즐겁다.
회의에서 이들은 기획단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때론 수줍게! 어느 땐 당당하게!
함께 하는 다른 단원의 이야기도 듣는다.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본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나고 즐겁다. 대화가 산으로 갈 때도 있다. 그러면 다시 산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
길을 찾는다.
여러 산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오며 회의는 마무리가 된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함께 참여한 기획단들의 의견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견이 축제에 녹아져 간다는 것이다.
완주문화재단에서 이러한 과정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했는지... 정말 감사하다.
축제 기획단으로 참여한 세 명의 당사자들은 끝나는 회의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서운하다고 한다. 이제 또 못 볼 수 있으니 아쉽다고 한다.
다른 기관에서 참여한 당사자분도 눈물을 훔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웃고 떠들며 즐겼던 시간이 못내 아쉽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더 오래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모임의 자리가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축제 개막선언에 함께 선다. 그리고 주인공이 되어 우리의 소리를 외친다.
부정적인 세상의 말들을 적어놓은 것들을 권투글러브를 끼고 깨뜨린다.
긍정적인 말들로 바뀐 보드를 들어 올리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모두 함께 외친다. “우리, 서로, 함께, 웃자”
신나는 음악과 함께 편견을 깨뜨리고, 무시를 덮어버린다. 차별을 무너뜨리고, 다 함께 살고 싶음을 가슴으로 외쳐낸다.
그런 이들의 모습은 즐겁다. 기쁘다. 행복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닌 각자의 외침을 외쳐냈기에!!
무대에서 내려온 이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다. 그 상기됨은 기쁨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어본다. 왜 그렇게 기쁜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뿌듯하고 좋다고 말한다. 가슴이 탁 트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활짝 웃는다.
2023년도에는 장애문화예술인으로, 출연자로 무대에 섰었다.
2024년도에는 출연자임과 동시에 기획단으로 활동했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본다.
“더 주인공이 된 거 같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서 좋다.”
“다 함께 모여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동일한 마음은 축제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 자체만으로도 이미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개막식 무대에서 이야기된 것이 참 좋다고 한다.
또 물어본다. 내년 2025년도에도 축제를 하고, 기획단으로 참여해달라고 하면 참여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바로 대답한다. 무조건 오케이란다.
그리고 되묻는다. 만났던 그 사람들 다 만나는지... 몇 번 만나는지...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만나고 싶다고 한다.
기획단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는지 질문해 본다.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우리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다시 물어본다.
그냥, 내 이야기, 하고 싶은 거, 하기 싫은 거, 기쁜 거, 속상한 거,....
이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삶 속에 문화예술 활동이 갖는 의미도 이야기하고 싶은가 보다.
기획단 회의에 참여하는 장애문화예술인 당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이들의 작은 삶의 변화를 바라본다.
가장 큰 변화는 말과 웃음이 더 많아진 거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목소리의 크기도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어떠한 일에 하나의 주체가 되어 참여한다는 것은 삶에 작은 물결을 일으켜 내는 것 같다.
긍정의 물결은 이들의 삶을 또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기대가 된다.
각자의 삶의 주인이 되어 그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이 멋지다.
그리고 나의 삶도 그렇게 살아내기를 함께 다짐해 본다.
글쓴이_예수재활원 이승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