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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문화예술활성화] "예술가로서, 또 매개자로서의 이야기"
  • 2025-01-10 16:26
  • 조회 560

본문 내용

 

[무장애 문화예술활성화]


"예술가로서, 또 매개자로서의 이야기"  

 


 

 

 


 

 

 



 




아리아리공동체의 부엌, 관찰자의 역할을 맡아 처음 찾아간 그곳에는 열 명 여의 사람들이 시끌벅적 앉아있었다.


오늘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는 기대감과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꺼내며 동시에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아무런 계산 없이 누군가를 만난 기대감과 흥분감을 그대로 표출하고, 나의 자동차가 고장난 이야기에 그거 환청 아니에요?”라며 약간은 배려 없는 답변도 거리낌 없이 내어준다.   프로그램 시작 전 누가 담배를 피러 갔는지, 누가 약을 타러 병원에 갔는지 아직 자리에 오지 않은 사람들을 서로 챙긴다.

각자의 이름표를 가슴에 붙이는 시간에 아직 글을 못 쓰시는 분은 서로를 우리 한사랑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들은 기꺼이 나서 그의 이름을 적어준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장식품들을 펼쳐놓자 마음이 급해져 하나라도 더 자기 앞에 갖다 놓으려는 분들도 있었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남은 먼지묻은 식재료들과 간식으로 갖고 온 과자에도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 낸다.

마치 새롭게 등장한 나를 한껏 밝게 웃으며 맞아 준 것처럼, 그들을 반짝이며 이쁜 것도, 달고 맛난 것에 대한 욕구도 마음 그대로 표현한다고 느껴진다

누군가는 자신을 사회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것이 중요한 탓에 이들같은 벌거벗은 표현이 어렵겠지만, 아리아리공동체분들은 본능적인 감정들과 욕구들을 마치 아이들의 그것처럼 표현하는 듯 하다.

동시에 모두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을 하고 소원을 비는 시간에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라는 귀여우면서 짠한 소원이 있었는가하면 우리 한사랑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것 숨기지 말고 다 털어놓고 살면 좋겠어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내년에는 병을 이겨내서 편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낮은 소리로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었다.

 

 

 

 

 

 

 

 

  

 

 


 

 

  

 

 

삼례 구와리, 작업실 마당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태운 차들이 들어온다.

주변에 관심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던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는 내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목소리 한 번 들을 기회 없이 악기를 손에 쥐어주고 보조강사가 함께 흔들어 주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아이는 그곳에 없는 듯 보였고 나는 대처법을 몰라 아쉬웠다.

또 다른 아이는 적극적으로 공간탐색을 원한다. 들어가고 싶은 곳도 많고, 주워서 담아야 할 것도 많고, 옮기면 안 되는 것도 많고 그러다가 어떤 포인트에서는 누구보다 날쌘 주먹질, 발길질로 넘치는 화를 표현한다. 주먹질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싫고 좋은 것을 이렇게 쉬지 않고 말해주니 그것 또한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지 꽃처럼 고운 또 다른 아이는 보청기를 차고 있고, 남들보다 작은 식도를 갖고 태어났지만 스스로 넘길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가려낸다

가방 가득히 색종이와 색연필, 스케치북을 갖고 와 어리숙해 보이지만 작은 손으로 가위 질까지 해낸다.

 

 

 

 

   

 

 


 

피아노를 잘치는 동생의 연주를 보며 응원하고, 연주를 뽐내는 키가 큰 동생은 신이 나서 같은 곡을 연달아 연주한다

뭔가 정해진 시간,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싶어하는 듯 보이는 아이는 마당 여기저기 소리가 나는 물건들의 소리를 탐구하기도 한다

나무 조각으로 피아노를 신나게 두들기던 아이는 로봇에 대한, 불을 지피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아이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것이 보였다

 

 

 


 

 

 

 

세상 소중한 꽃으로 품에 안고 다니시는 양육자분들이 얼마나 옆에서 공을 들이셨을지 상상이 되는 부분이었다

색종이 접는 법을 알려주고, 색의 조화를 알려주며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는지 알아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를 해보셨을까.

관찰자로,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들이 나와 어떤 점이 다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장애예술교육이라는 사업 명 중 장애라는 단어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나를 긴장 혹은 위축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물론 형태와 디테일이 다르고 자칫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체험학습 같은 짧은 며칠 간의 관찰 후, 오히려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겐 이유 없는 발작 같은 분노의 시간 들 도 있었고, 원인을 모르는 큰 고통에 숨어 사는 경험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능과 관련하여 내가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내가 학습 못한 나머지를 찾아가는 길가 동일한 것이 아닌지.

사회가 불편해 할 만한 나의 모습을 아는 것, 그것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 경계가 내가 서 있는 무리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비-/장애의 구분은 그들이 받은 장애 등급 혹은 병명이 아닌 그들을 바라보는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경 닦이를 잔뜩 얻어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앞이 안보이니 안경 알을 닦고 다니라고 했다

우리는 피아노를 치고 악기를 두드리며 좋은 시간 만을 보냈다.

그들에게 일상의 업무 처리가 더 급하고 따듯한 가족들과의 소통이 더 간절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 그리고 꽃처럼 투명한 아이들과 함께 소리를 내며 노래를 하고 악기를 두드린 시간이 참으로 즐거웠다. 그들이 보호의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 있을 때, 혹은 보호가 필요해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들의 생계와 일상을 챙겨주는것 만큼 그들이 예술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걱정 없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내는 많이 뿌연 안경 뒤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한 아이는 수줍은 눈꼬리로 내 손에 핸드크림을 쥐어주고 떠난다."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장애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과정을 진행하며 내게 사진처럼 남은 두 장면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이름을 빌려 

환한 얼굴로 서로 인사를 하며 만났고, 소리가 가득 찬 기쁜 시간을 함께 보냈으며 핸드크림을 챙겨 올 만큼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글쓴이_ 김민경 (장애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과정 참여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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