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작품으로 부담없이 소통하고픈
수묵향의 편안함을 닮은, 정혜영 화가
안녕하세요. 자연의 편안함을 수묵화에 담아 그리는 정혜영입니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중 단연 ‘그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작업 활동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일단 그림을 좋아하고, 나와 잘 맞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편안함이 좋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부담 없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주로 먹으로 풍경들을 그리곤 하는데 최근 전시에 수묵 담채화를 순지에 먹과 함께 동양화물감이 아닌 수채화 물감으로 작업을 했어요.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자기 표현방식의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먹을 중심으로 사용하면서 나만이 느꼈던 색감이나, 동양화에서 중시되는 물의 운용력 등을 경험해보면서 수채화 물감으로 작업해보게 된 것 같아요. 올해 전시를 통해 채색을 원없이 써보아서 그런지 오히려 묵향이 더 좋아졌어요. 앞으로 수묵 담채화 작업들을 다시 먹으로 집중해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자연 예찬론자가 되다
결혼해서 살게 된 완주 주변의 풍경의 편안함을 그림으로 담고 표현해오고 있는데요. 어떤 풍경은 보고 있으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스케치도 가끔 하지만 주로 사진으로 장소의 풍경들을 담아와서 삼례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려요. 또 작업을 시작할 때면 작품 속 장소를 여러 번 찾아요. 그동안 ‘고산천’, ‘진안 용포리’, ‘운장산’, ‘대둔산’, ‘만경강’의 풍경들을 그리면서 자연 예찬론자가 되었어요. ‘바람 소리’, ‘봄이 오면’, ‘운장산 오르는 길목에서’, ‘대둔산 가는 길’ ‘고산천의 가을’ 저의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지 않나요.
먹과의 교감이 무거울 때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 매시간의 다르게 느껴지는 작품과 교감을 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작업의 결과물들을 보면 애정이 생기는데, 그동안 오랫동안 해온 재료인 먹과의 교감이 무거울 때가 있었어요. 동양화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낄거예요. 깊이감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과 동양화의 최대 강점인 선내지선의 속도, 무게감, 담색(淡色)을 축적하여 그 깊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매력적이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었죠. 그러한 슬럼프 아닌 슬럼프 같은 마음들을 자연을 더 찾아다니며, 자연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풍경을 통해 다시 일어서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되는 설렘
그림을 그린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순지(종이)를 펼칠 때면 설레요.(웃음) 이 하얀 종이 위에 어떤 그림을 새겨 놓을지 기대도 되고 묘한 희열감이 차오르는 기분이예요.
오히려 묵향이 좋아졌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먹과의 작업이 힘들었을 때 담채화 작업을 하면서 채색을 원 없이 써보아서 그런지 묵향이 더 좋아졌어요. 앞으로 수묵담채화 작업들을 오히려 먹으로 더 집중해 풀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림 구도상 편안함을 위해서 시원한 구도를 느낄 수 있도록 어떤 구도상에서도 본 듯한 편안함을 주는 그림을 앞으로 그리고자 합니다.
그림은 나의 평생 친구
제 그림을 보거나 전시장을 방문하셨던 분들이 그림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세요. 그게 제 그림의 특징인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만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저도 그런 풍경들과 좋아해서 완주의 대아리, 만경강, 산동 등을 자주 찾아가요. 자연을 자주 만나면서 자연을 통해 힘을 얻고 꾸준한 작업을 이어나가요. 그래서 그림은 제 평생 친구입니다.
영원한 응원자인 어머니께 감사
지금까지 해왔듯이 항상 작업을 하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개인전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아요. 그동안 개인전 3회와 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원화회 등 단체회원으로 전시해왔어요. 그림을 그릴 때 희열을 느낄 때가 많아요. 당연히 머리가 복잡할 때도 있지만 생각한 그림이 화선지에 펼쳐져 느껴졌을 때, 마무리되어가는 작품을 보면 마냥 좋아요. 이렇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응원해 주는 가족, 친정어머니의 기도가 힘이 되고 감사하죠.
어떤 작가로서 기억되고 싶으신지
제 그림이 너무 거창하기보다는 친구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보는 이와 소통’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동안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편안함과 수묵향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그리고 싶어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 소통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완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 전 ‘복합문화지구-누에’에서 제3회 개인전인 아직 채우지 못한 그림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시집오면서 전주로, 삼례로 오게되었고 이제 완주가 제2의 고향이 되었어요.
박지은 화가가 정혜영 화가에게 보내는 글
발길 닿은 곳, 편안한 풍경들을 수묵으로 표현하는 정혜영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