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가족과 여행의 행복을 그리는 화가, 은호등
사진으로 남기듯, 작품으로 추억을 그리다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2년 전북예술 회관에서 학사 논문 청구전을 연 후 약 12년 동안은 오롯이 제 작품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엔 버거운 점이 많기 때문었죠.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붓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단체전을 통해 틈틈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나의 시간을 나만의 작업을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14년 전주의 갤러리 카페에서 초대전 제의를 받게 되었고, 너무나 설렜어요. 오랜만의 작업이었기에 관객들과 더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길 원했어요. 고심한 끝에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다가서자’라고 생각했어요. 일상을 뒤돌아보니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이 ‘가족’이었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면 이야깃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특히 가족과 함께 한 장소에 대한 추억이 많았기에 작품에 여행을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다녔던 여행지가 작품의 풍경이 된 거 같아요. 여행을 가면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듯이 작품도 하나의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애틋한 주체는 ‘가족’
가장 많이 생각하고 애틋한 것을 주제로 삼다 보니 ‘가족’을 그리게 되었어요.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갔던 일,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그런 일상의 삶을 담았어요. 가족의 현재와 미래, 과거의 모습을 추억하는 그림으로 보는 이들에게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떠오르기를 바라면서요.
조명을 통에 빛과 그림자를 넣어보았고, 인물을 따로 종이에 그려 오브제형식으로 붙여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했고요. 자세히 보시면 제 그림에는 인물의 표정이 없어요. 보는 사람 각각의 경험치대로 인물에 감정을 넣어 감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마다 작품을 모두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최근에는 현재 머물고 있는 삶의 터전인 완주의 여러 풍경들을 담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 여기서 행복하자
작년에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에서 ‘여행, 여기서 행복하자展’란 전시를 진행하면서 완주군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았는데요. 이 전시로 프로이드가 말한 행복의 3대 조건 사랑, 일, 놀이를 주제로 표현된 작품을 통해 지금 하는 일과 사랑 그리고 그것을 놀이로 만들 줄 아는 여유를 지니고 살아간다면 어디서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19상황으로 인해 통제되고 갑갑하기만 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작품 속을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이 되어주었기를 바라요.
각자의 생이 만나 우리 인생이 되기까지
코로나 이후 많은 작업을 하지 못해 아쉬웠을 때 복합문화지구 누에아트홀에서 ‘썬데이 완주’란 기획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 기획전은 각자의 인생에서 우리 인생으로 바뀐 삶을 완주에서 시작하여 살고있는 예술가 부부 세 팀이 함께한 전시였는데요. 참여 작가들의 작업실 일부 모습과 작가 본연의 습속들을 전시장에 제안하여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작가들의 활동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줘도 뜻깊은 활동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마음을 일렁이는 풍경을 포착하다
영감을 주는 주요한 요소들 중 하나는 아무래도 ‘풍경’이예요. 그중에서 노을진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으로 일렁여요. 사실 하루 중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찰나잖아요. 그래서 더 소중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같은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친한 친구하고도 함께 나누고 싶어지죠. 그렇게 그린 작품들 중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2020년에 그린 ‘강천사의 가을’이예요. 강천사 스케치를 갔을 때 그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 그린 작품인데 섬진강 강천산 전국사생공모전에서도 좋은 성과까지 얻게 되어서 더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여유,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꾸준한 작업
창작을 하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재구성해서 표현하는 작업과 작업량이 있어야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생활도 하다 보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여유가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하면서 늘 아쉬움을 남기고 작품을 끝내곤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려고 해요. 일단은 제가 어느 정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예요. 살다보면 또 예기치 않은 변화들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겠죠. 그럴 때에도 꾸준히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스스로가 만족하는 그림을 그려볼 생각이예요.
완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완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기회’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아이가 한 살 무렵 완주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요. 저에게 완주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었던 곳이기에 새로운 기회를 얻은 곳이자 다시 태어난 제2의 고향같은 생각이 듭니다.
강지수 바이올리니스트가 은호등 작가에게 보내는 글
‘소탈함이 묻어나는 작가’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묻어나서일까?
그녀의 작품은 절로 미소 짓게 하는 힘이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은 은.호.등 그 자체의 소탈함이다.